조선업계, 수주잭팟에도 내홍… 노조 '임금 올려달라' 파업

조선업계가 올해 잇따른 선박 수주 낭보에도 노사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 강도를 높이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매각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생산 차질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하청 업체 근로자들까지 잇따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작업 거부에 나서는 모양새다.


▲ 지난 4월 28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홈페이지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전 조합원에게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파업 지시를 내렸다. 28일과 29일에는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4시간 동안, 30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파업에 들어간다. 노조는 최근 선전물을 통해 “2차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지 3주가 흘렀지만 사측은 아직도 교섭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무능한 경영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며 끝까지 싸워 반드시 쟁취하자”고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2019·2020년도 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올해 두번이나 부결된 데 있다. 노조는 합의안이 부결된 원인은 기본금 동결 때문이라며 사실상 책임을 회사에 떠넘기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연달아 부결된 만큼 당장 교섭을 재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위기 속에서 노조가 무리하게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측이 강경한 태도로 나오자 노조의 파업 강도는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19일 4시간 동안 실시한 부분 파업을 시작으로 이달 20일부터 23일에도 나흘에 걸쳐 지단별로 2시간씩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연이은 파업에도 사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오는 30일 올해 처음으로 종일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노조는 회사가 재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파업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중공업에서는 일부 사무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노조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사무직 공동행동’은 지난 11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개설했는데, 이날까지 1074명이 모였다. 이들은 최근 1호 선전물을 내고 사측에 근무시간 준수 등을 요구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노사 협상 파트너가 분산될 경우, 향후 임단협을 진행하는 데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대우조선해양 노조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르면 올해 말 추진될 현대중공업과의 기업결합을 앞두고 반대 운동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날은 경남도청 앞에서 회사 매각 반대 집회를 강행할 예정이다. 이미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경남도청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매각 반대 무기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사들의 하청 근로자들도 사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작업 거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그라인더 작업자 200여명은 지난달 31일부터 한달 가까이 일당 요구와 단기계약 폐지 등을 요구하며 작업 거부 운동을 벌였다. 결국 지난 23일 사측과 임금 인상에 합의한 끝에 해산했다. 삼성중공업 (7,200원 ▼ 210 -2.83%) 협력업체 근로자 300여명도 지난달 작업 거부 운동을 10일 가까이 벌인 끝에 임금 인상을 얻어냈다.

조선업계에서는 잇따른 노사 갈등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실적 반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기자재업체 고위 관계자는 “대형 조선소에서는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설 경우 하루에 수십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며 “노사 갈등으로 매번 생산에 차질을 빚는 조선소에 누가 발주를 넣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조선업계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선 노사 단합이 필수다. 노조만 탓할 게 아니라 경영진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1분기에 선박을 잇따라 수주하며 일감을 채워나가고 있다. 올해 1분기 현대중공업은 작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많은 39억달러(약 4조3500억원) 규모의 선박(27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같은 기간 5배 가까이 많은 17억9000만달러를 수주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보다 17배나 많은 51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 업체 클락슨 리서치는 올해 신조선 발주량이 지난해보다 24%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1.4.29., 조선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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